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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통합,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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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삼달다방’에서 벌어진 모두를 위한 ‘생태놀이’
돌봄의 부재가 원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또 우리는 그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인간의 권리를 누리고, 함께 돌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건강하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루어 나가야 할 세상이라고.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천천히 이루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 가지 사회적 이슈가 붉어지면서 사람들이 편의에 따라 정의해 놓은 타의적인 기준에 의해 분류된 집단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보았다. 소위 학교와 학부모, 장애인 부모와 비장애인 부모, 교사와 교육부 또는 정부 등 갈등을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분류되었다. 이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필요에 따라 함께 뭉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했다. 또, 그저 사람들의 시선 모으기에만 관심이 있는 일부 기자들의 펜대에 놀아나며 하나의 기사 안에서 서로가 적이 되는 프레임에 갖히기도 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진정 무엇인가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 본질은 흐려지고 서로 마음 상하게 하는 상처의 감정만 남았을까? 상황이 이렇게 된 단순한 이유중 하나는 ‘돌봄’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함께 하기 위해 필요한 돌봄이 무시되었기에, 각자의 입장에서 갈등만 심화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돌봄이란 관심을 갖고 보살피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갓 태어난 아기가 걸음마를 떼고 사회적으로 성장하기까지 어떤 돌봄이 담보되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나서 어른이되고, 노인이 될 때까지도 다양한 형태의 돌봄 안에서 살아간다. 이렇듯 인간은 상호 의존적인 돌봄 체계 안에 삶을 지속하게 된다. 코로나 19를 지나오면서 그 동안 저평가 되었던 돌봄의 가치가 새롭게 논의되고, 돌봄의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서로 돌봄은 ‘서로 관심을 갖고 보살피는’는 행위로 인간과 인간이 사회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 말 할 수 있다.
나는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고 있다. 자폐성장애를 갖고 있는 둘째 건하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일반학교 통합학급에 다니고 있으며, 특수학급과 원학급을 오가며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통합학급에 보내기 시작하며 ‘통합’의 의미를 끊임 없이 고민하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는 오르락 내리락 롤러코스터 같은 마음에 갈피를 못잡았는데, 교과 내용이 점점 어려워지고, 아이가 학교 생활을 하면서 점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반학교에 남을 것인가?, 특수학교로 전학갈 것인가?, 무엇이 우리 아이에게 더 좋은 교육 환경인가? 또 그 안에는 통합교육환경 우선이냐, 아이 중심의 교육환경이냐? 의 고민도 함께 했다. 그리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러한 상황에서도 내가 선택한 환경에서 하루 하루를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서로 돌봄’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내가 아이를 돌보듯이, 학교도 아이들을 교육하며 돌본다. 아이들 또한 교사의 가르침을 받으며 지내지만, 교사에게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며 교사를 돌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부모도 학교를 존중하며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며,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아이들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서로 돌보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나 또한 지역사회의 돌봄을 받으며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조금 힘든 시기이지만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세상은 어느 누가 지배하는 것도 아니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서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를 아끼고 돌봐주는 서로 돌봄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안에서 우리 아이들은 통합을 배우고, 진정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하는 삶을 배울 수 있다.
그렇다면 누구나 함께하며 서로 돌보는 경험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최근 제주도에서 진행된 발달장애인 가족과 지역사회의 서로 돌봄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제주도 삼달다방 무밭에서 일어난, 모두를 위한 치유돌봄
지난 8월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삼달리에 위치한 삼달다방에서는 올 해 들어 6번째 생태놀이가 진행되었다. 제주도의 차별없는 문화공간 삼달다방과 완주의 생태놀이 전문가 여산과 아저씨, 발달장애인의 돌봄 활동을 하고 있는 별난고양이꿈밭 사회적협동조합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주말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 장애, 비장애를 넘어선 차별없는 생태놀이를 기획했다.
놀이가 시작되기 전 삼삼오오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삼달다방의 문화동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생태놀이터 기획자 여산의 진행으로 지난달 있었던 생태놀이를 기억하고, 오늘 함께 만들어 나갈 놀이에 대해서 설명을 듣는다. 흙, 나무, 불, 물과 도구들을 어떻게 안전하게 다루어야 하는지, 함께 잘 놀기 위해 어떤 약속을 지켜야 하는지를 함께 나눈다. 그 시간을 함께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들떠있으면서도 진지했다. 얼른 달려나가 맨발로 부드러운 흙을 밟고 싶으면서도, 여산과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놀이터의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이 함께 엇갈리는 듯 했다.
“자 이제 나가 놀자”
생태놀이 작가인 아저씨의 외침에 사람들은 우루루 작은 나무문을 통해 금새 빠져나갔다.
“자, 신발벗고 양말도 벗고 맨발로 흙을 천천히 밟는 거에요!”
첫 시작은 맨발로 흙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곳엔 장애와 비장애 구분이 없다. 누구나 맨발로 땅을 밟고 불도 피우고 장작도 패고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자연의 아늑한 돌봄을 받는다. 이러한 자연으로의 돌봄을 받는 경험을 살면서 얼마나 자주 할 수 있을까? 삼달다방의 생태놀이터 참여자들은 벌써 6회째 함께 하며 이제는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놀이에 집중하고 상대방과 관계를 맺고 이를 통한 성취감을 느끼며 함께의 즐거움을 배워간다.
물론 처음부터 이들이 자연스럽게 흙과 어울렸던 것은 아니다. 흙의 감촉을 어려워하는 발달장애아동도 있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어릴적 ‘나’를 기억해 내느라 몇 달이 걸린 어른들도 있다. 그러나 놀이작가 아저씨가 펼쳐내는 놀이공간 안에서 회기가 거듭될수록 원초적인 자연과 함께 동화되었다. 그리고 나만의 울타리가 있었던 아이도 울타리를 허물고 어른과 아이의 경계도 허물어졌다. 놀이에 진심인 아저씨와 자연의 근원 앞에서는 모두가 똑같이 그대로 있었다. 그들은 고유의 특성을 인정받으며 ‘나’라는 스스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느꼈다.
물놀이 앞에서는 물이 좋아 신나는 사람, 흙미끄럼 언덕 앞에서는 흙미끄럼 대를 온전히 즐기는 사람, 불 하나 피우기에 온 정성을 쏟는 사람들로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구조물인 다빈치 브릿지 앞에서는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아이들의 거침없음을 본 어른들은 아이들을 따라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장애인이라 도와줘야 해서, 놀아줘야 해서, 돌봐줘야 해서’ 가 아니라 ‘내’가 즐거워야 이 놀이터와 우리가 함께 즐거울 수 있다는 놀이 약속처럼 그 차체로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간이었다.
아저씨의 ‘출발!’의 신호를 기다리는 출발선 앞에 선 이들은 앞만 보고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목표는 하나다. 누가 빨리가는가? 어린이라서 봐줄 필요가 없다. 이 생태놀이터 안에서는 누구나 진심으로 즐길 자격이 있다.
달리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놀이이다. 달리기 앞에서 발달장애아이들은 함께 할 수 있음에 성취감을 느끼며 함께 논다는 의미를 배웠다. 비장애 형제들은 자신의 장애형제와 함께 할 놀이를 새롭게 발견했다. 부모 또한 마찬가지다. 주말에 집이라는 틀 안에서 핸드폰이나 티비의 작은 박스안에 갖혀 지내던 날들을 뒤로하고 탁 트인 자연의 공간으로 나와 모두 함께 하는 경험을 했다. 이런 경험을 하며 즐거운 돌봄을 경험하고, 의무로서의 돌봄이 아닌 놀이를 같이 하며 즐거운 돌봄을 할 수 있음을 알아간다. 한 두 번은 이런 경험들이 어색해서 뒷짐지고 서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함께 즐기며 놀이에 참여한다.
처음에는 제주도 발달장애인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기에 40명 정도가 참여했었는데 점점 회기를 거듭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제주도로 여행온 삼달다방 투숙객과, 발달장애인을 조력하고자 하는 자원봉사자들, 제주에서 생태놀이의 소문을 듣고 함께 하고자 온 도민들로 놀이터는 더욱 풍성해졌다. 또 지난 6회차의 놀이에서는 서울에서 제주도로 여행온 발달장애인 가족도 함께 했다.
같이 놀자. 재미있으면 다음에 또 놀면 돼
이렇게 우리는 처음 만났지만 생태놀이터안에서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이윽고 낯설음이 사라지고, 늘 갖고 살던 긴장감을 없앨 수 있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놀이에 ‘갈등’이 있나? 놀이가 갖고있는 다양한 살아있는 감각들이 순간 갈등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대부분 놀이 안에서 해결이 되고 놀이가 끝나면 쉽게 잊힌다. 더구나 누구나 함께하는 생태놀이 앞에서는 장애인 비장애인, 어른과 아이, 남자와 여자…. 세상의 모든 경계가 허물어진다. 놀이가 끝나고 나면 편견은 사라지고 즐거움만 남는다.
‘오늘도 잘 놀았다! 다음에 또 놀자!’
늘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잘 살았다. 내일 또 잘살자!
모두가 한판 놀아보면 좋겠다. 그렇게 서로가 갖고 있던 묵은 상처를 내려놓고 한판 신나게 놀고 서로를 아끼며 돌봄 받은 힘으로 내일을 또 힘차게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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