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는 사전에 강의 신청자들에게 받은 위 질문들로 시작되었다. 아직 어린 발달장애 아이들을 둔 부모들의 절절한 마음들이 보인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속에서 부모로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들에 선생님은 차분하게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나에게 섬광처럼 파밧! 파고들어온 대답은 이것이다.
“목표가 없는 것, 그것이 예술이 아니겠는가.”
턱 하고 숨이 막혔다. 잊고 있었던 예술에 대한 의지와 본질에 대하여 ‘쿵!’ 하는 대답이 들려온 것 같았다.
목표란 삶을 좁은 시선 안에 가둬둘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설정된 목표 안에서 앞을 보고 달려가야만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물론, 앞으로 가야만 하는 때도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가야 할 때는 가야 한다. 그러나 가끔 숨을 쉬고 옆과 뒤를 돌아볼 시간 역시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 삶에서의 예술의 본질 아닐까?
목표 없이 그저 마음으로 행하는 것. 나를 살피며 감정을 돌아보며 집중하는 시간들. 그것은 미술일 수도, 요리일 수도, 운동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목표 없이 행위에 집중하며 고정된 나를 파괴하는 ‘예술’로써 삶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아닐까?
김인규 선생님은 오랜 시간 발달장애 아이들과 수업을 해오고 있다. 아이들 모습 그대로에 귀를 기울이며, 비장애 아동처럼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닌, 기능적인 수업이 아닌, 행위 그 자체가 중요한 예술 수업을 하고 계신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관찰하고 마음을 읽어 그저 행위에 필요한 조건과 기회를 제공하는 자로 존재한다는 것이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유치원 수업을 나가신 적도 있는데, 선생님이 수업하는 모습을 보며 유치원 교사들이 “선생님처럼 수업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선생님은 그 말에 “나는 일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관찰하는 것이다.” 하셨다는 말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씁쓸함이 몰려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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