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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16] 대신 읽어드립니다 -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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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15회 작성일 25-03-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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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신 읽어드립니다’ 코너로 인사 드립니다. 

이번에 읽어볼 책은 두껍고 어려운 책이 아니라, 많이들 알고 계신 그림책입니다.

여기저기서 추천은 많이 하는데, 막상 나의 경험과 연결시켜 보지 않으셨다면

임도선 님이 이 책을 만난 순간을 통해 공감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아직 만나지 못한 독자분들께도 물론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거예요. 

"우리는 모두 그런 것 같아..."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조던 스콧 글시드니 스미스 그림책읽는곰, 2021)를 읽고

 

임도선

삼형제 엄마.  상담심리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의 마음은 도통 모르겠는 상담사.

제주도서관의 '그림책 깊이 읽기' 강연을 통해 그림책 공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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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에는 남자가 네 명이다. 남편, 그리고 아들 셋! 그 중에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가 다섯 살 때부터 말을 조금씩 더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이라 그러겠지 했다. 그런데 여섯 살이 되어도, 일곱 살이 되어도 말을 할 때마다 더듬는 양은 줄어들지 않고 더듬는 속도도 저하되기 시작했다.

  언어치료를 알아보고 있던 그때 아이는 말을 멈췄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그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마... 내 몸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아이는 정확히 이렇게 말을 했다. 괜찮아지겠지 했던 기대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면서, 이 모든 게 부모의 잘못인 것 같고 엄마인 내가 잘해 주지 못해서 아이에게 말더듬이가 온 것 같아 죄책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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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말을 더듬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성격이 급한 나머지 천천히 말하기보다 빨리 뱉어내고 싶은 마음, 동생들이 두 살 터울로 두 명이나 생기면서 심리적으로 힘든 부분들도 있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줄 알았지만 ‘엄마 나 좀 봐주세요.’라는 의사 표현이 말더듬이라는 반응으로 나타난 것 같았다. 그래서 일곱 살 때부터는 언어치료를 다니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이는 거부 반응 없이 1년 6개월 정도 수업을 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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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2021년 추석 연휴, 아이들과 동네책방을 가게 되었다. 각자 읽고 싶은 책 한 권씩 골라 집으로 왔다. 큰아이가 고른 책은 아니지만 내가 먼저 읽은 후 남편에게 건네주었던 책은 조던 스콧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이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의 주인공 아이는 학교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데 혀 대신 소나무 가지가, 목구멍 안쪽에서는 까마귀가 우는 것 같다면서 그런 나의 모습을 친구들은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자기가 입을 열 때 스며 나오는 달빛을 보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이 아이 또한 표정이 얼고 눈이 긴장되어 있으며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지 않았을까 상상을 해 본다. 마치 우리 아이가 “엄마, 내 몸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라고 했을 때처럼... 하지만 이 아이의 머릿속에, 입 안에는 하고 싶은 말이 수십 가지, 아니 수백 가지가 얽히고설켜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답답하고 속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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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의 표정만 봐도 왜 그런지 아는 아빠. 그런 아빠가 아이를 강가로 데려간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발표 시간. 아이는 ‘내가 얼마나 우스운 사람이었을까?’ 생각했을 것 같다. 아이는 말한다. “배 속에 폭풍이 일어난 것 같아요. 두 눈에 빗물이 가득 차올라요.” 아이의 감정이 이 두 문장으로 표현된 것 같다.


  처음에 아빠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했을 때 무슨 의미인지가 한 번에 와 닿지는 않았다. 강물은 “물거품이 일고 굽이치다가 소용돌이치고 부딪친다". 계속 읽다 보니 항상 순조롭게, 유창하게 말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강물에 비유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잔한 강물도 있고, 빠른 물살로 세차게 몰아칠 때도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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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던 스콧은 뒷부분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강에도 강의 어귀가 있고, 물살의 흐림이 있고, 그 흐름이 합쳐지는 곳이 있어요. 강물은 자연스레 꾸준히 흐르면서 더 큰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요. 자신의 길을 만들어요. 그런데 강물도 더듬거리며 흘러가요. 내가 더듬거리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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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첫째 아이가 언어치료를 다닌 지 1년 정도 됐을 때였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크게 변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매주 약속된 시간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게 때로는 힘들고 지치기도 하던 시기였다. 그러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숨 쉴 수 있는 시간과 생각을 주었다. 내가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조급해지지 않도록, 너무 어려워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는 여유를 이 책이 주었던 것 같다.


  아이에게 이 책이 어떤 내용인 것 같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는 읽어 보더니 “우리는 다 그런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래, 우리는 다 그런 것 같아... 흔들리는 가지일 때도, 곧은 소나무일 때도 있듯이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것을 각자에 맞게 배우며 알아가며 성장해 간다. 내가 아이에게 말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고마운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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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월에도 알찬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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