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8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 위치한 '삼달다방'에서 영화 <니얼굴>(감독 서동일) 상영회가 있었습니다.
<니얼굴>은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했던 배우이자 화가인 정은혜씨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발달장애인 정은혜씨가 20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작가가 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정은혜씨가 그림을 그리기 전 생활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후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어머니인 만화가 장차현실 작가와 가족, 이웃들이 함께하는 일상은 어떤지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정은혜씨의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장면들은 '장애인으로서의 정은혜'보다는 '남다른 개성이 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정은혜'가 어떻게 노력하고 성장하였는지를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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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얼굴>은 2022년 6월 23일에 개봉하여 현재 상영중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주에서는 상영관이 없어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삼달다방에서 상영회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니얼굴>을 기다렸던 제주도민들은 영화 상영회 소식에 하루 만에 정원(약 30명)을 훌쩍 넘어 신청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또 영화 상영회 당일에 서동일 감독, 정은혜 작가, 장차현실 작가가 함께하는 GV(Guest Visit - 감독이나 배우 등 영화 관계자들이 영화관에 직접 방문하여 관객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는 소식에 모두가 설레어 하기도 하였습니다. (서동일 감독과 정은혜 작가, 장차현실 작가가 함께하기로 했던 이날 GV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온라인 줌zoom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삼달다방에서 열린 <니얼굴> 상영회 및 GV에 참석했던 발달장애인 부모 신혜수님의 영화 관람 후기를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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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신혜수
섬세하고 눈물 많은 명탁이 어머니. 발달장애인이 장애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인정받고 이웃과 함께하는 사회 만들기에 진심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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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니얼굴>을 보고
"나나신, 나나신!"
정은혜 작가가 줌 화면 너머로 나를 부른다.
삼달다방 이상엽 대표는 "뭐라고? 뭐라고?"
재차 묻고 은혜씨는 내 이름을 계속 불렀다
'저예요. 나나신. 제 이름이에요.'
<니얼굴> 상영을 마친 뒤, 개인 사정으로 삼달다방에 오지 못한 정은혜 작가와 서동
감독님이 영화를 본 관객들과 온라인으로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상황이다. 영상너머로 보이는 은혜씨와 서동일 감독님께 인사라도 하고 싶었지만, 참석하신 다른 분들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보여 나중에 전화로 "은혜씨, 나도 갔다 왔어"라고 전하려 했는데, 은혜씨가 나를 알아보고 불러주어서 깜짝 놀랐다. 덕분에 영화 본 소감도 이야기하고,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바로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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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달다방에서 영화 상영 후 온라인으로 GV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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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주시에서 일식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 상영 시각은 평일 2시여서 식당 영업이 한창일 때 가게를 나와야만 했다. 상영시간에 맞춰 가려면 늦어도 1시부터 제주시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끝없이 줄을 서는 고객들,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방 때문에 평소 같으면 이 일정을 소화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만큼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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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한창 상영중이다. 삼달다방의 1층과 2층을 관객들이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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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화 상영일에는 신기하게도 안 바빴다. 가게에서 나올 때 너댓 개의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이렇게 비교적 한가로운 때가 과연 언제였던가 싶은 상황에 안심을 하며 남편에게 "나 간다!"라는 말을 남기고 바람과 함께 삼달다방으로 사라져 왔다.
삼달다방에 도착하니, 영화가 시작된 지 10분 정도 지나 있었다. 나는 뚱뚱한 몸을 비집고 삼달다방 문화동 안으로 들어가 맨 뒤 구석에 자리잡고 영상 속에 보이는 은혜씨와 내적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삼달다방을 꽉 채운 관객들은 웃고 감탄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영화에 몰입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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