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배경으로 다양한 삶을 재미있게 그려내어 화제가 되었던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종영되었습니다. 이 드라마가 새롭게 다가온 이유 중 하나는 발달장애인(다운증후군) 배우 정은혜씨가 출연하고, 발달장애인 가족의 삶을 드러내주었다는 것인데요, 여러분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보셨나요? 발달장애인 자녀의 부모이자 <느려도 괜찮아 빛나는 너니까>(홍림, 2020)의 저자 장누리 작가님의 드라마 시청 후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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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장누리
개성 넘치는 남매 엄마. 그림책으로 마음 나누기를 좋아하는 미술심리상담사.
통합교육에 진심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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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 14, 15화를 보고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재미있게 보고 있었다. 다양한 삶과 아픔이 여느 드라마보다 현실감 있어서. 14회를 보다 영희 역할을 맡은 정은혜 작가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영옥(한지민)이 동네 주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이유가 발달장애인 언니 영희 때문이라는 전개는 1도 추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주일을 기다려 15회를 볼 때는 놀라기보다 감사했다. 장애 이해 홍보영상이라고 해도 될 만큼 두 회차가 꽉 차도록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의 삶이 깊고 자세히 다뤄졌다.
영희를 연기한 정은혜 작가는 유명한 초상화 작가인 데다 이미 아는 분이었는데, 쏟아지는 촬영 뒷이야기보다는 영희가 연기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모습이 어떻게 드라마에 담겼는지 다시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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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영옥이가 발달장애(다운증후군)가 있는 쌍둥이 언니를 대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 영희는 성인이니 당연히 맥주를 마셔도 된다고 했다가, 갑자기 사사건건 모든 행동에 참견하고, 바지에 똥 쌌다고 다른 사람이 다 듣게 창피하게 말하지를 않나, 주변 사람들은 괜찮아하는데도 얘 그림 못 그린다고, 다 거짓말이라고 자기 생각대로 영옥이를 마구 대하는 모습이 심히 못마땅했다. 장애가 있을 뿐인데 왜 이랬다 저랬다 언니를 자기 멋대로 대할까? 그렇게 두 번 세 번 넷플렉스로 다시 돌려 보는데, 영옥이 모습이 사실은 많이 본 내 모습이라 화를 낼 수가 없었다.
12살에 부모를 잃은 영옥이는 영희에게 동생이자 보호자였다. 그 속에서 발달장애 자녀 부모의 모습을 보았다. 세상이 너무 차가워 그동안 받은 상처들 때문에 온갖 가시를 꺼내 보이며 방어를 하고,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대할 때는 내 생각이 아이 생각일 거라며 대신 말해주면서 제대로 시켜보지도 않고 못한다, 안 된다 미리 한계 짓는 모습이 바로 나였다. 사회와 아이에게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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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된 것일까? 영옥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영옥이는 영희가 정말 "재앙"인 것일까? 정말 나는 아이 때문에 삶이 힘든 것일까? 생각해보면 부모의 이런 모습은 자녀의 질병과 장애보다는 정작 자녀를 대하는 사회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선천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부모는 병원에서부터 걱정과 불안을 전달받고, 자라면서 장애진단을 받은 아이는 교육기관과 이웃으로부터 차별과 멸시, 동정과 연민의 시선을 전달받는다. 사회의 시선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는 불쌍하고 이상한, 다른 세계에 속한 이방인으로 여겨진다. 아이가 정상(?)이 되기를, 남들 같은 평범함을 찾기를 바라는 부모는 장애자녀를 재활과 치료센터로 뺑뺑이 돌리고, 자신을 끝없이 소진시키는 삶의 굴레 속에 밀어넣으며, 세상이 변했으면 하는 마음에 만나는 사람들과 얼굴 붉히며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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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순환의 해답은 드라마 속 자폐 손자를 둔 혜자 삼춘(박지아)의 말에 다 담겨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난(보니까) 자이도 겅허는 거지게(쟤도 그러는 거지). 사람들이 자일(쟤를) 볼 때마다 좋다, 좋다, 아이고 곱다, 곱다 하민 누가 지 얼굴에 칼을 대고 싶어 하크냐? 자이도 수술하믄 아픈 줄 다 알 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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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장애인을, 나와 조금 다른 사람을 이상하다 하지 않고 평범하게 여겨주면 누가 예뻐지려고 자기 몸에 칼을 대며, 부모가 괴로워하다 삶을 놓아버릴까? 혜자 삼춘같이 ‘괜찮다, 세 집 걸러 하나씩 있으니 별거 아니다’라고 말해준다면, 장애는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이 아니라고 여겨준다면, 복지 시스템이 조금 더디 변화된다해도 이웃과 어울려 지내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영희도 영옥이도, 영옥이를 좋아하는 선장도, 청각장애인을 좋아하는 선장의 동생도 그럴 때 모두 마음껏 사랑하며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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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와 영옥 서로를 사랑하다 -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 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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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뒤 드라마 비평 두 번째 글이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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