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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08] 우리들 이야기 - 강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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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20회 작성일 25-03-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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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는 발달장애인 부모의 평범한 일상을 나누는 ‘우리들 이야기’입니다.

사단법인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강혜인 이사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사단법인 제주아이 특별한아이는 제주도 발달장애인 부모 모임으로 발달장애인을 이해하고 양육 정보 나눔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합니다발달장애인 가족 활동 지원문화예술활동 지원 등 발달장애인의 행복한 삶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 주세요!

 

강혜인

 

어릴 적 제 모습과 붕어빵같이 닮은 외동아들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길 바라고, 자기주장도 잘 할 수 있는

어린이로 성장하도록 열심히 지원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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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낙서하기를 좋아하는 아이 


발달이 더딘 우리 아이가 과연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새학기가 시작되면 엄마들은 걱정거리가 많아진다. 새로운 선생님, 친구들, 배변 훈련, 밥 먹기, 낮잠 자기 등 걱정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장애통합 어린이집을 알아 보던 때가 생각이 난다. 당시 나는 시어머니께 외동아들을 맡기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18개월 영유아 검진 때 “엄마, 아빠, 맘마”라는 말도 아직 안 나온다고 의사 선생님께 이야기했더니, 선생님이 좀 더 지켜보다가 계속 말이 나오지 않으면 발달검사를 하자고 했다. 28개월이 되었을 때 발달검사를 받은 결과, 또래 아이들보다 1년 6개월 정도 뒤처진다는 말을 듣고 발달센터(사설 치료실)에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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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조모임에서 오감미술 활동을 했다


발달센터에서 맞닥뜨린 현실


여름 휴가를 맞아 내가 직접 발달센터에 데리고 갔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잘하고 있을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40분 수업시간 내내 울고불고하며 문고리를 잡고 나오고 싶어하는 것이다.

수업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니, 아이를 의자에 아이를 앉혀 놓고 선생님이 말하는대로 따라하라고 하고 있었다. 고작 4살인데? 나는 수업방식이 아이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아 원장 선생님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놀이 형식으로 수업을 하는 줄 알았다’, ‘의자에 앉아서 말을 따라하는 건 어느 정도 발화가 시작된 아이에게나 가능한 수업 방식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착석이 힘들고 산만하며 주의집중을 못한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4살짜리 어린이가 집중력은 얼마나 될 것이며, 착석을 얼마나 잘하겠냐고 다시 물었지만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어머니, 다른 4살 아이들은 저렇지 않아요. 또래 아이들 보신 적 있으세요?”

생각지도 못한 공격적인 반응에 말문이 턱 막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두고두고 마음 깊이 상처가 되었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온전히 이루지 못했다. 발달센터만 보내면 자연스럽게 말이 트이고 좋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직장을 그만두고 내 아이는 내가 직접 케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다니고 있던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과 면담도 하고 고민한 결과, 장애통합 어린이집으로 보내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장애통합어린이집에 입소 대기 신청을 했다. 그러나 장애통합어린이집 입소도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장애통합 어린이집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우리 집이 다자녀 가정이 아니기 때문에 일찍 입소 신청을 했더라도 차순위로 밀려났고, 막상 순번이 되어도 '사정회'라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면접 비슷한 절차인데, 아이의 장애를 평가하면서 어린이집에서 받아줄지를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교육을 받는다는 당연한 권리를 얻기까지 여러 가지로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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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를 응원한다 


서서히 달라지는 아이를 보며


우여곡절 끝에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숲 활동을 하고, 에어바운스 데이, 체육 활동, 흙놀이 음악놀이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놀이 중심 교육을 하는 장애통합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다.

가정에서도 변화를 시도했다. 발달센터의 치료에만 의존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또, 요즘 우리 아이들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우선적으로 노출되고 있으니 다양한 감각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일부러 만들어주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디어 금지’, ‘부모자조 모임에 참여하여 오감놀이 하기’ 같은 활동에 중점을 두었다. 숲에 가서는 개미와 콩벌레를 관찰하며 손으로 잡아보기도 했고, 흙을 파거나 돌을 쌓고, 꽃 향기도 맡았다. 그러자 같이 참여한 형아들이 뛰면 같이 뛰는 등의 모방 행동들이 차츰 많아졌다. 아이는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비록 짧은 경험이지만 아이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느린 아이의 성장에 치료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아이를 좀 더 이해하고 주변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주냐에 따라 성장 속도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느린 아이들을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봐줄 수 있는 어른들의 시선이 꼭 필요한 것 같다. 혹시 아이가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더라도 못본 척해주거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순간들이 있다. 한 장난감을 오래가지고 놀지 못하고 이것저것 꺼내 노는 아이에겐 

“호기심이 많구나? 이것저것 관심도 많네~” 하는 식으로 말이다.

아이의 행동이 느리고 답답하더라도 본인이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기회를 많이 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아직도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 많이 뒤처지고 느리지만 자기만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는 거북이 아들이 나는 기특하기만 하다. 우리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주는 따뜻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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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5월 첫 주에 '통합교육 이야기' 코너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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