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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책을 읽는 것보다 책 사는 것을 좋아한다. 100권 사면 읽는 건 한두 권 정도 되려나...
한동안은 내 책을 사고 싶은 욕구를 “아이들 읽을 책을 사고 1년에 책 1000권 읽어주기”라는 다짐으로 해소했다. 나의 책 쇼핑 욕구를 아이들 책을 구매하는 것으로 풀 수 있고, 아이들에게는 산 책을 읽어줄 수 있으니 나름 일석이조 아닌가.
책을 읽어줘도 반응이 없는 큰아이에게 5년 정도 꾸준히 책을 읽어준 것 같다. 반응이 없더라도 엄마인 내가 참고 계속해줄 수 있는 활동이 무얼까 고민해보니 “책 읽어주기”가 답이었기 때문이다. 독서에 흥미 없는 아이에게 책 읽고 난 뒤 독후활동은 시키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그냥 읽어주기’를 시작했다.
1년에 1000권 읽어주기라고 하면 엄청난 것 같지만, 매일 3권 정도 읽어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큰애가 읽고 싶은 책 1권, 작은애가 읽고 싶은 책 1권, 아직 읽지 않은 책 가운데 엄마가 읽고 싶은 책으로 1권, 이렇게 잠자리에 누워서 책을 읽어줬다. 매일 똑같은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큰애에게는 읽어준 책이 몇 권 안 되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책까지 합치면 300권이 넘을 거고, 작은아이에게는 목표대로 1000권 넘게 읽어준 셈이 되었다.
큰애가 다섯 살 때부터 책을 읽어줬지만 4년째로 접어드는데도 별 반응이 없어서, 계속 책을 읽어줘야 하나 주춤했던 때도 있었다. 읽어주었던 책을 1년 단위로 정리하면서 다시 반복해서 읽어주곤 하는데, 어느 날인가 큰애가 반응을 보이면서 또 읽어달라고 말하는 책들이 생겼다. 그때, 읽어주기의 성과가 눈에 안보이는 것 같지만 이렇게 느껴지게 되는구나 싶어 가슴이 뭉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