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다는 말 하지 말아요. 당당하게 어깨를 펴요!"
우리 아이는 제주시 삼양동에 있는 한 미용실에서 5년 내내 머리를 자르고 있다. 미용실 바로 앞에는 제주시에서 유명한 통합 어린이집이 있는데, 이 어린이집을 졸업한 꼬마 손님은 이사를 가도, 성인이 되어도 이 미용실에 오는 경우가 많다. 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미용실을 한 사장님에게 발달장애인 손님은 당연하고도 익숙하다.
감각이 예민한 발달장애인에게 머리를 자르는 일을 보호자에게도 미용사에게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발버둥치는 아이를 잡고, 빠른 시간에 조심조심 머리를 잘라야 하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을 잘 아는 능숙한 미용사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식당을 가는 일도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면서 가족도 같이 먹어야 하고, 동시에 식당 분위도 계속 살펴야 한다. 산만한 아이의 움직임에 따라 이동하는 눈총의 온도를 발달장애가족은 민감하게 읽을 수 있다.
한번은 아이와 아이 친구 두 가족이 한 갈비집에 갔다. 우리 아이들을 단번에 알아보신 사장님은 특별히 세심하게 우리 테이블을 신경써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연신 사장님께 감사하다, 죄송하다를 연발했다. 그러자 사장님이 정색을 하고 얘기를 하셨다.
“엄마들, 죄송하다는 말 하지 말아요. 당당하게 어깨를 펴요. 그래도 괜찮아요!”
눈물이 왈칵 났다. 그 말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그래, 우리가 식당을 가는 건 죄송한 일이 아니다.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