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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38] 아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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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14회 작성일 25-03-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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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글쓴이 : Nana Shin 

Spero Spera 
나는 희망한다. 당신도 희망하라



발달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순간부터,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과 실습에 이어 전공과 입학을 앞둔 이 순간까지, 

아들과의 20년 세월을 돌아보는 감회를 독자님들과 나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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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누스오케스트라에서. 15세.  

발달장애인에게 직업은 다양한 의미가 있다. 경제활동의 목적도 있지만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며, 직업인으로서 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자부심과 소속감을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직업을 위해 훈련하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취업 준비를 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그 여정은 발달장애인에게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실시한 <2020년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중 24.0%(49,120명)만이 취업 중이며, 취업한 발달장애인의 근속 기간은 3년 미만이 50.7%(24,906명)를 차지하고 있다. 취업 준비도, 취업도 힘들지만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데도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달장애인이 직업을 갖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 장대높이뛰기 가로대를 넘는 일처럼 느껴진다고 하면 과장일까. 수많은 훈련을 해야만 넘을 수 있는 높은 가로대 앞에서 엄두도 못 내보고 고개를 숙이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현실이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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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농장에서 블루베리 수확 아르바이트중. 

나에게는 자폐성장애인 아들이 있다. 2003년, 갓 태어난 아들을 품에 안은 남편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아주 어릴 적에는 그저 늦된 아이로만 알고 있었다. 미국에서 태어나 21개월에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귀국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27개월이 되던 때 누나를 따라갔던 병원에서 오히려 아들이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늘이 무너졌지만,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여자로서 나 자신의 삶도, 갖고 있던 학력과 경력도, 장애아이 엄마라는 정체성 앞에서는 모두 사치일 수밖에 없었다.


엄마의 노력과 아이가 스스로 내딛은 발걸음 덕분에 아들은 조금씩 자랐다. 어릴 때는 말 한마디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아이는 자기의 생각을 자기만의 언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언제까지나 내 옆에만 두고 보살펴야 할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혼자서 버스를 타기도 한다. 머리를 자를라치면 바닥을 뒹굴며 울고불고했던 아이가 스스로 미용실에도 간다. 비만을 걱정하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몰래 라면을 끓여 먹을 줄도 알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자기만의 세계를 즐기며 몸을 흔들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캥거루마냥 껑충껑충 뛰기도 하며, 어디서 본 건지 어디서 들은 건지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며 혼잣말도 많이 한다. 아들과 20년간 살면서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점은 노래나 영상 등을 보고 듣다가 같은 구간을 하염없이 반복해서 들을 때인데, 정말이지 나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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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제법 잘 끓인다.   

이렇게 하루하루, 한 시간 한 시간 시간을 쌓아간 아들은 어느덧 자격증 도전에 나섰다. 나는 솔직히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지나간 학령기의 추억 속에는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때 교내 일본어 말하기 대회 수상경력을 제외하면 자격증 비슷한 것을 시도해 볼 엄두도 못 내보았기 때문이다. 아니다, 컴퓨터 정보능력대회에 나갔는데 시험을 끝까지 치르지 못하고 나온 적이 있다. 그 모습을 본 뒤로, 안 되는 것에 큰 욕심을 부리지 말자며 짐짓 체념하고 살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여름방학의 반 이상을 투자해 도전한 아들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내고야 말았다. 물론 온전히 혼자 힘으로만 했다고 볼 수는 없고, 당연한 듯 보조를 해줘야만 했던 엄마의 수고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 자격증을 따는 것으로 성큼 성장했다고 믿는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또한 새로운 도전을 위한 귀한 디딤돌이 되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별이 내리는 숲’ 어린이도서관에서 바리스타 실무체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까지 학교에서 했던 직무체험은 기능 향상 위주의 수업으로, 실무에서의 역량을 기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별이 내리는 숲’에서의 체험은 커피를 만드는 기능 위주 체험뿐만이 아니라 고객을 직접 응대하며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결제를 하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 음료를 준비하고 내주는 모든 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기에 직장생활이란 어떤 것인지를 일부나마 경험해 볼 수 있는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 되었다. 도서관 카페를 찾아오신 고객들에게는 느리고 서툴지만 꼼꼼하고 정성스러운 발달장애인의 서비스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을 것이다. 발달장애인을 이해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는 시간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엄마인 나에게도 답답한 터널의 끝에서 작은 불빛을 보게 해준 고마운 경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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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들은 어릴 때부터 목표였던 영지학교 전공과 합격소식을 들었다. 특수학교 전공과 진학이란 비장애학생이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것과 유사하다. 전공과에 입학하려는 지원자들은 능력의 정도를 평가를 통해 테스트받기 때문에, 고등학교 3학년 동안은 전공과를 가기 위해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할 정도다.

직무체험 평가, 직업평가도구 사용여부 평가를 위해 손기능 평가 2가지 외에, 면접과 질문지를 듣고 정해진 답을 작성하는 ‘기초학력검사’ 를 하고 있다. 평가항목과 문제내용을 만들 때에도 학교에서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평가위원들까지 모셔 TF팀을 구성하고 직무환경의 변화를 적용하기 위해 매년 평가항목도 다르게 하고 있다고 한다.

전공과에 입학하면 다양한 직무를 체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교내에서 직업훈련을 하며 급여도 받을 수 있다. 진짜 직장을 갖기 위한 과정으로서는 이만한 스펙이 없고, 영지학교 전공과 진학은 나중에 직업을 갖기 위한 객관적 자료로 활용할 만하다는 평판을 받고 있기에 이번 전공과 합격이라는 선물은 아들의 인생에서 큰 성취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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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 대해 관찰한 모든 것을 적어서 학교에 보낸 양육자 노트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너무 많고, 걷다가 뛰다가 넘어질 날도 많을 것임을 안다. 하지만 걷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넘지 않으면 산 너머의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 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서 눈앞이 깜깜했던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된 아들은 분명 미래라는 그림에 자기만의 색깔을 한 장 한 장 얹으며 찬찬히 그려 나아갈 거시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불어 아들이 나아가는 사회도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아들이 실종될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달려갔던 파출소에 가지 않아도 앱을 통해 아들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되지 않았던가.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이 아들의 미래를 반드시 지금보다는 좋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고 죽겠다는 가슴 아픈 장애아 양육자들의 소망이 부디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하늘에까지 닿기를. 그래서 부모들이 없어도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살아나가는 데 불편함이 없는 세상이 이루어지기를. 오늘도 하루종일 아이와 달렸을 부모들을 생각하며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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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날들을 돌아보며
서로 응원하고 칭찬하고 토닥여주는 연말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토닥토닥 매거진'은 2회 더 발행하고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한해 동안 성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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