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자폐성장애인 아들이 있다. 2003년, 갓 태어난 아들을 품에 안은 남편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아주 어릴 적에는 그저 늦된 아이로만 알고 있었다. 미국에서 태어나 21개월에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귀국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27개월이 되던 때 누나를 따라갔던 병원에서 오히려 아들이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늘이 무너졌지만,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여자로서 나 자신의 삶도, 갖고 있던 학력과 경력도, 장애아이 엄마라는 정체성 앞에서는 모두 사치일 수밖에 없었다.
엄마의 노력과 아이가 스스로 내딛은 발걸음 덕분에 아들은 조금씩 자랐다. 어릴 때는 말 한마디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아이는 자기의 생각을 자기만의 언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언제까지나 내 옆에만 두고 보살펴야 할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혼자서 버스를 타기도 한다. 머리를 자를라치면 바닥을 뒹굴며 울고불고했던 아이가 스스로 미용실에도 간다. 비만을 걱정하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몰래 라면을 끓여 먹을 줄도 알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자기만의 세계를 즐기며 몸을 흔들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캥거루마냥 껑충껑충 뛰기도 하며, 어디서 본 건지 어디서 들은 건지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며 혼잣말도 많이 한다. 아들과 20년간 살면서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점은 노래나 영상 등을 보고 듣다가 같은 구간을 하염없이 반복해서 들을 때인데, 정말이지 나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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