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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30] 대신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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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11회 작성일 25-03-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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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읽어드립니다 - 장애를 다룬 신간들


글쓴이 : 신수진

어린이책 편집자, 번역가. 사회학을 공부하는 늦깎이 대학원생.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돌아온 '대신 읽어드립니다' 코너입니다. 두껍고 어려운 장애학 책이나 장편소설을 최대한 쉽게 소개해드리려는 목적으로 시작했어요. 사실 지금 책장에서는 '나부터 얼른 읽어야지 뭐 하고 있냐'며 저를 째려보는 묵직한 책들이 있는데... 자, 잠시만요 ㅠㅠ 이번 호에서는 비교적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그림책과 에세이 들을 몇 권 훑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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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할 수가 없어

유아사 쇼타 글, 이시이 기요타카 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2022

 

장애가 있는 동생을 둔 형의 생각을 솔직하게 쓴 그림책입니다. 글쓴이 유아사 쇼타는 1981년생 소아과 의사인데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주인공은 ‘느린’ 동생과 함께 살려니 자신도 늘 학교에 늦어서 동동거리게 되고, 부모님은 늘 동생만 챙기고 있어서 외톨이가 된 기분입니다. 학교에서도 동생 때문에 창피한 일이 많죠. 한편으론 동생이 부끄럽다고 생각하면서 죄책감을 갖기도 합니다.

그런데 동생이 괴롭히는 아이들에 둘러싸여 정글짐 속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걸 본 순간, 주인공은 자기도 모르게 동생을 향해 달려 나갑니다. 동생도 있는 힘을 다해 정글짐을 빠져나와 형에게 매달리죠. 동생은 주인공의 옷자락에 매달려 작은 소리로 속삭입니다.

“형아, 나는 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할 수가 없어.”

주인공은 동생에게 말합니다. 괜찮다고, 똑같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이 책은 그뒤로 형제가 오손도손 잘 지냈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둘은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순간도 있고, 동생이 미울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똑같지 않아도 괜찮다고 동생에게 단호하게 말해주던 그 순간이 주인공에게는 큰 전환점이었을 겁니다. 내 동생은 고유한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아야 하고, 다른 애들과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고통받아서는 안 된다고 진심으로 느끼고 분노했던 그 깨달음이 주인공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었을 거고요. 성장 과정에 있는 비장애 형제의 복잡한 심리를 생생하게 잘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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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백정연 지음, 유유, 2022

 

자료조사를 하다가 사회적 기업 '소소한 소통'에서 만든 <서툴지만 혼자 살아보겠습니다> <내일도 출근합니다> <하자, 살빼기> 같은 책들을 보게 되었어요. 정보를 받아들이고 아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쉬운 정보’(easy read)를 전하는 책들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로 글을 읽고 청각장애인이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처럼 발달장애인들은 쉬운 정보로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에게만 쉬운 정보가 필요한 건 아닐 거예요.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이나 인지능력이 떨어져가는 노인들에게도 쉬운 정보는 매우 유용합니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을 쓴 백정연 씨는 바로 이 ‘소소한 소통’의 대표이고, 척수장애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결혼하고 장애 관련 분야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착하다, 대단하다, 멋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아시죠, 그게 얼마나 불편한 일일지. 백정연 씨는 그런 칭찬의 이면에 자리 잡은 편견과 차별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비장애인들은 “제가 장애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요...”라는 말도 자주 하는데요, 비장애인이 사람마다 고유의 특징을 가진 것처럼 장애인도 똑같이 다르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장애인과 함께 살고 함께 일하는 자신조차 그 사람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고요.

이 책은 장애인의 '일상'을 들려줍니다. 함께 지내본 적이 없어서 잘 그려지지 않는 장애인의 일상을, 동료로 가족으로 함께 살며 깨우친 사람으로서 알려주는 거죠. 발달장애인 동료와 점심 메뉴 고르기, 화장실 가기, 영화 관람하기, 집을 알아볼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 이사 매뉴얼 등등 시시콜콜한 일상에서 겪었던 웃픈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저자의 남편은 30대에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되었는데, 자신은 비장애인의 삶과 장애인의 삶을 다 살아볼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말하는 대범한 분입니다. 두 사람은 우리 사회의 소통을 위해서는 “집집마다 장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곳곳에서 더 소소한 일로 더 자주 소통함으로써 몸이 만든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 사회를 꿈꾸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는 "발달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이라는 책이 따로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이 책에도 저자의 직장 동료들, 즉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오기는 하지만, 발달장애인의 일상 또한 좀더 자세히, 다양하게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요. 재미난 에피소드들도 많을 거고요. 누군가 꼭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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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구릅니다

김지우 지음, 휴머니스트, 2022

 

2017년부터 ‘굴러라 구르님’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구르님’ 김지우의 산문집입니다. 유튜버, 20대 여성, 뇌병변장애인, 대학생 등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가면서 경험한 것들이 정말 재미있고 활력 있는 문장들에 담겨 있습니다. 

김지우 작가는 언론 인터뷰나 공중파 방송 출연도 많이 했고,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하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 표시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고, 휠체어 꾸미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죠. 

248쪽의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꾹꾹 눌러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어디 한 군데 버릴 곳 없는 쫀쫀한 문장을 쓸까 싶었어요.

1부는 엄마 아빠 동생 등을 대상으로 한 가족 인터뷰에 개 쮸, 고양이 꾸미 등과 아옹다옹 살아가는 이야기들입니다. 2부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우당탕탕 구르며 살아가는 사연들입니다. 지하철에서 마주하는 무례한 시선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소개하고, 미디어에 노출될 때 ‘장애인 특별전형’ 혹은 ‘도움받는 장애인’에게 쏟아지곤 하는 악성 댓글과 그에 맞서는 네티즌의 유형을 차분히 분석하기도 하죠. 저자 또한 자기 채널에 악성 댓글 다는 이들을 가만 놔두지 않는 키보드 워리어예요. 담대하고 센스 있는 대처를 보노라면 가슴이 웅장해지곤 합니다.

3부는 동료 장애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사춘기에 기본적인 성교육은 자기주도학습(!)으로 마스터했지만 그건 비장애인의 성에 대한 이야기였을 뿐이죠. 유튜브를 통해 저자는 다른 장애여성들과 교류하면서 “꿀렁꿀렁한 기쁨”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힘주어 말하고 싶었던 대목이 3부가 아닐까 싶어요.

4부는 학교와 입시에 대한 단상들입니다. 자신의 몸과 상황은 전혀 전제되지 않는 교육 환경과 입시를 힘겹게 거쳐 나갔고, 서울대 말고 그냥 집 근처 ‘평지’에 있는 대학교에 가면 안 되겠냐고 애원하는 엄마와 싸우면서 가고 싶은 대학에 지원했지만, 도저히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없어 그만둔 장애학생들의 이야기에 불안한 것은 엄마도 저자도 마찬가지였죠.

저자는 오늘도 계속해서 영상을 만듭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장애아동, 장애아동과 함께 살아가는 부모, 다양한 장애를 가진 여성들이 가지는 막연한 불안감을 덜고 자신이 참조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이 씩씩한 청년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어깨가 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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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휴먼

주디스 휴먼, 크리스틴 조이너 글, 김채원 문영민 옮김, 사계절, 2022 


미국의 여성 장애운동가 주디스 휴먼의 자서전도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애인들은 동등한 기회를 요구하면서 혹시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건 아닌가 부담을 느끼는 마음도 극복해야 한다"(221쪽)

  "넓은 범위의 시민권 운동 안에 장애는 늘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보이는 장애와 보이지 않는 장애는 모든 소수자들 사이를 가로지른다. (...) 우리는 어떤 소외된 집단이 앞으로 나아갈지 선택할 수 없다. 결국 우리 모두는 가족과 세상을 돌보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300쪽)

쉽게 지치는 마음이 들 때 앞서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힘이 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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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먼저 소개하라며 째려보는 책들... ㅠㅠ 
디음에 만나요... 
제주의 짧은 단풍철입니다.
가능하면 놓치지 말고 이 계절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주에도 좋은 읽을거리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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