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백정연 지음, 유유, 2022
자료조사를 하다가 사회적 기업 '소소한 소통'에서 만든 <서툴지만 혼자 살아보겠습니다> <내일도 출근합니다> <하자, 살빼기> 같은 책들을 보게 되었어요. 정보를 받아들이고 아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쉬운 정보’(easy read)를 전하는 책들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로 글을 읽고 청각장애인이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처럼 발달장애인들은 쉬운 정보로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에게만 쉬운 정보가 필요한 건 아닐 거예요.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이나 인지능력이 떨어져가는 노인들에게도 쉬운 정보는 매우 유용합니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을 쓴 백정연 씨는 바로 이 ‘소소한 소통’의 대표이고, 척수장애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결혼하고 장애 관련 분야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착하다, 대단하다, 멋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아시죠, 그게 얼마나 불편한 일일지. 백정연 씨는 그런 칭찬의 이면에 자리 잡은 편견과 차별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비장애인들은 “제가 장애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요...”라는 말도 자주 하는데요, 비장애인이 사람마다 고유의 특징을 가진 것처럼 장애인도 똑같이 다르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장애인과 함께 살고 함께 일하는 자신조차 그 사람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고요.
이 책은 장애인의 '일상'을 들려줍니다. 함께 지내본 적이 없어서 잘 그려지지 않는 장애인의 일상을, 동료로 가족으로 함께 살며 깨우친 사람으로서 알려주는 거죠. 발달장애인 동료와 점심 메뉴 고르기, 화장실 가기, 영화 관람하기, 집을 알아볼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 이사 매뉴얼 등등 시시콜콜한 일상에서 겪었던 웃픈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저자의 남편은 30대에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되었는데, 자신은 비장애인의 삶과 장애인의 삶을 다 살아볼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말하는 대범한 분입니다. 두 사람은 우리 사회의 소통을 위해서는 “집집마다 장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곳곳에서 더 소소한 일로 더 자주 소통함으로써 몸이 만든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 사회를 꿈꾸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는 "발달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이라는 책이 따로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이 책에도 저자의 직장 동료들, 즉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오기는 하지만, 발달장애인의 일상 또한 좀더 자세히, 다양하게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요. 재미난 에피소드들도 많을 거고요. 누군가 꼭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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